기업 관점에서 ESG 대응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모든 기업들의 지속 가능한 경영 활동을 응원하는 i-ESG입니다.
블랙록이 쏘아 올린 ESG 용어 논란
작년 6월,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 회장 래리 핑크가 "ESG 단어를 안 쓰겠다"라고 선언하면서 큰 파장을 부르고, 올해 1월 외신에 따르면 블랙록은 ESG 및 지속가능성 부서 직원 약 600명을 해고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죠.
2018년부터 가장 먼저 투자 기업의 ESG를 강조하며 ESG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블랙록은 지난해부터 ESG 관련 투자의 저조한 수익률이나 미국 내 ESG라는 용어의 정치적 남용 등의 문제점을 들어 ESG 펀드를 축소하거나 화석에너지 기업 재투자를 결정하며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대로라면 2024년에는 ESG 투자나 ESG 경영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것은 아닌가 의문이 드는 분들이 계실 텐데요. 결과적으로 2024년 ESG 관련 투자나 지속 가능한 경영 등에 대한 중요도는 여전히 지속될 것인 한편, ESG라는 용어를 강하게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탈탄소' '임팩트' '사회적 책임' 등의 대체 표현을 통해 리브랜딩이 이루어질 전망입니다.
블랙록이 2023 11월 글로벌 에너지 기업의 탄소 포집 플랜트에 5.5억 투자를 결정하고, 미국 최대 연기금인 캘퍼스(CalPers)는 2030년까지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투자를 1000억 달러로 늘리기로 했습니다. 2024년,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뜨거울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슈퍼 선거의 해 2024: 6월과 11월에 ESG 판이 뒤집힌다
올해 2024년은 전 세계 40개국에서 40억 명이 선거에 나서는 '슈퍼 선거의 해'입니다.
지난 13일 대만에서 치러진 총통 선거와 입법위원 선거를 시작으로 3월에는 러시아 푸틴의 5선 도전,
4월에는 대한민국과 인도 총선이, 6월 멕시코 대통령 선거, 9월 일본 자유민주당 총재 선거 등이 이어지며
세계 역사상 역대급 스케일의 선거 이벤트가 될 예정입니다.
정치와 환경정책은 뗄 수 없는 구조인데요, 2024년 올해의 ESG 동향을 살피기 위해서는 특히 전 세계 기후 위기 대응에 영향을 미칠 EU 의회 선거와 미국 대선에 주목해야 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초국가적 민주주의 행사로 여겨지는 유럽연합 의회 선거는 올해 6월에 치러집니다.
27개 회원국이 의원 720명을 선출하게 되는데,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등의 국제 안보나 COP28 이후 녹색 전환 및 지속가능성에 대한 약속 등 유럽과 세계의 최근 주요 안건들을 다루게 될 만큼 세계의 이목이 집중될 것입니다.
2050 탄소중립 선언 이후 유럽연합은 지난 5년간
온실가스 감축 규제와 탄소중립 산업으로의 재편을 위한 제도를 구축한 바 있습니다.
특히, 올해는 브렉시트 이후 영국 후보가 없는 첫 의회 선거로,극우 정당의 선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들이 얼마나 의석 수를 늘리게 될지에 따라 전반적인 세계 기후 위기 대응에 대한 기조가 변화할 가능성이 보입니다.
2024 선거 결과는 앞으로 각각 베네수엘라와 브라질에서 개최되는 COP29과 COP30에서
인류의 기후 위기 대응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갈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11월에는 미국 대선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번 대선에서는 현직 대통령 조 바이든과 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리턴 매치에 전 세계인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의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트럼프 재집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트럼프의 파리협정 재탈퇴, 화석연료 산업에 대한 지원, 안티 ESG 흐름의 분위기 고조 등
기존 기후변화 정책을 전면 뒤집는 사태가 다시 발생할 우려가 있습니다.
국내 VC ESG 도입 의사는 축소, 탄소 중립 의무는 지속적 확대?
14일 한국 벤처 투자가 발간한 'VC 트렌드리포트'에 따르면,
투자 기업 발굴이나 심사, 사후관리에 ESG 요소를 도입할 계획이 있다고 밝힌 VC 종사자가
654명 중 40.5%로 작년 49%보다 줄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투자 결정과 투자 기업 관리에 ESG 요소를 적용해야 한다던 2~3년 분위기가 바뀌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현실적으로 ESG 관리 체계를 도입하기 어려운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들의 사정도 고려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사회적 가치보다는 기업 생존을 우선순위로 둔 결과인 것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ESG 고려는 여전히 중요합니다.
단, 올해에는 전반적인 ESG 전략보다는 탄소 배출 감소 전략에 더 집중하는 것이 좋습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의존도는 높아지면서 에너지 산업 군에서도 새로운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특히, 기존의 석탄에너지 대비 재생에너지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탄소 국경 조정 제도(CBAM)의 1차 보고 시기가 다가오면서
CBAM의 적용을 받는 모든 제품들은 어떤 에너지원을 사용했는지 포함해야 하기 때문이죠.
지난 9일에는 '석유 및 석유 대체연료 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습니다.
기존 원유 기반 항공유 대비 80%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지속 가능 항공유 SAF(Sustainable Aviation Fuel) 등 차세대 바이오 연료 시장이 급속도로 커질 전망입니다.
탄소 중립의 흐름은 금융권도 피해 가지 않습니다.
2021말, MSCI ESG 평가에서 'AA'등급을 획득한 ING 은행 한국 대표 필립 반 후프는
"여러 전쟁이 지속 되고 있지만 여전히 녹색 금융의 중요성은 크다"라고 밝혔습니다.
어떤 기업이 녹색 금융을 받는다는 것은 친환경 기업으로 인정받을 만한 프로세스를 갖췄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다양한 자금 조달원을 확보하고 해외 시장 진출에 더 유리한 경쟁력을 갖추는 것과 연결됩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금융 기관에서도 탄소 배출을 어떻게 정확히 측정하고 줄일지 전략 수립을 시작해야 하며,
지속 가능한 금융, 지속 가능 채권, 탄소 배출 건 거래 등에 대한 키워드에 조금 더 집중해 봐야겠습니다.
ESG라는 표현을 쓰기 이전에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뜻하는 용어인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라는 표현이 있었습니다.CSR, ESG, 및 지속가능성은 모두 하나의 연결된 개념으로, 코로나 이후 그 중요성이 더 강조되었을 뿐입니다.
올해에도 ESG는 빠르게 변화합니다. 투자사들의 ESG 고려 기준은 완화되면서 이러한 ESG 대응에 취약한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 등은 당장 기업 생존이 위협받지 않는 선에서 지속가능성을 추구할 수 있어야 하죠.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다면 온실가스 배출 관리에 조금 더 중점을 둔 전략으로 CBAM 등에 대비해야 합니다.